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_ 안나 카레리나
생활지도를 성공하고 난 뒤 학급의 모습은 저마다 비슷해보이지만, 어려움을 겪는 생활지도의 모습은 사례마다 천차만별일 거예요.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 중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는 어떤 특성을 가졌던가요?
욱하는 아이. 수틀리면 주먹 쓰는 아이. 우선 교사인 나의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는 대화가 되는데, 폭발했을 때 걷잡을 수 없더라구요. 그럴 때는 아이의 과거 억울했던 사건같은 오래 전의 이야기가 다 나와요. 반대로 내가 감정이 차분해게 대화할 때는 아이가 스스로 먼저 잘못했다고 하기도 했어요. 문제는 욱하는 아이를 대할 때 나도 감정적으로 되어버려요. 그러고는 지나고 나서 ‘내가 왜그랬을까’ 후회해요.
일관성이 없는 아이가 힘들어요. ADHD인데 소심하여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지도해야할 지 몰랐죠. 그 아이가 울면서 집에 가려고 하던 때, 심지어 해드락을 걸면서 붙잡았던 적도 있어요. 제가 일관성있는 생활을 위해 애쓰는 편이라, 그렇지 못한 아이를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어려워요. 분노가 쌓여서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아이들. 피해의식이 있어서, ‘아이들은 항상 나한테 나쁘게 해’라고 왜곡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 혹시 아이가 인간적으로 미운 적은 없었어요? 나쁜 행동을 제지하면, 그때부터 삐져요. 토라져서 심통을 부리는 아이가 있어요. 심지어 '얘는 한번 친구들에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친구들이 너무 착해서 그나마 놀아주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학년에서 같이 생활지도를 해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어요. 우리반만 지도하면 괜찮을 일인데, 학년 공통으로 지도하려니 내 생각과 다른 결정에 맞춰야 하는게 어려웠어요. 6학년 담임을 할 때, 아이들이 롱패딩을 못 입게 하자는 학년 차원의 결정이 가져온 문제같은 것들이예요.
학급의 생활지도는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고, 그것의 바탕은 관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런데 교사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생활하면서내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가 아이들을 대할 때도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삶 속에서 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반응하는 모습이, 학급에서 지도하기 어려운 아이를 대할 때에도 드러나지 않을까요.
질문해봅니다.
나는 살면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넘치는 열정을 내어주는 반면 싫어하면 모든게 싫어지는 사람이 있어요. 좋든 싫든 별다른 동요함이 없이 잔잔한 강물처럼 대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 사람이 날 험하게 대해도 ‘그래봤자 이 사람이 나에게 할 수 있는 해코자란게 고작 이정도인데 뭘’이라며 괘념치 않는 사람도 있지요. 대하기 이려워하는 사람에게 겉으로 보기에 오히려 더 잘해주는 사람도 있구요. 저마다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모양은 다양해요. 자신의 삶에서 성숙해가는 부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가 다를 뿐 어느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거예요.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 좌절과 실패는 자연스러운 일이예요. 너무나. 실패의 순간은 언제고 올 수 밖에 없어요. '더 잘했어야지'라고 후회하는 일과 마주할 때가 있어요. 이런 일을 겪을 때, 너무 절망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일은 좋은 교사로 서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예요.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성숙해가는거지요. 아이들을 대할 때도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나를 찾고, 자신의 특성과 현재의 모습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힘든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지도하려 애쓰는 힘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의미있는 것은 교사로서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사람으로서 가지기 마련인 약함을 인정하되, 우리는 교사로서 그 약함을 넘어야겠다고 생각하지요. 인간적으로야 대화하기 힘든 아이지만 그래도 대화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엔 마주하기도 싫은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길로 지도하려고 애를 써요. 궁금합니다. 교사가 그렇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아이들을 잘 지도하려고 애쓰는 힘은 어디에서 얻을까요? 생활지도가 힘든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은 사례마다 교사마다 다르겠지만, 그 마음의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교사도 사람입니다. 스스로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존재가 필요합니다. 의미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든든한 인정은 격려가 되요. 가르치며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적절한 조언과 피드백을 얻는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결국 이런 것을 주고 받을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교육적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동체. 그럴 때의 나를 평가받지 않고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단순한 위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료애와 경험에서 나오는 적절한 방법과 그 결과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모임. 다른 반의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기꺼이 함께 짐을 짊어지는 가르침의 공동체가 교사에게는 필요해요.
우리에게는 가르침의 공동체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