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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모여, 둥그렇게 둘러 앉기

_학교의 공동체를 찾다 | 새학기 준비 모임 #5

· 교육의 공공성

둥그러니 둘러 앉아,

하루종일 시간을 같이 보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그럴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난 학기에 이 모임에 잘 못와서 여기에 속해있지 못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럴 여유가 없고, 나는 그저 업무를 하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오늘 오면서 소속감을 느끼게 됐어요.

‘소속감'

새학기 준비 모임을 마치며 누군가 나눈 이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학교 안에서 진정 의미있는 일로 모여앉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요? 처음에는 내가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더라구요. 점차 쌓이는 것이라고는 가르침에 있어서 나는 오로지 홀로 있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문제도 갈등도 고민도 그리고 해법도, 철저히 나의 몫이구나’라는 마음.

이 모임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것은

‘우리는 이어져 있구나’

라는 느낌인 듯 합니다. 어찌보면 각자의 교실에서 섬과 같은 학교이지만 우리는 이어져 있구나. 가르침에 대한 대화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구나. 이런 감각이지요.

진행에 이름이 있어서 걱정! 갑자기 어제 너무 부담이 되는거예요. 화려하게 준비해야할 것 같고. 막상 오니깐 친구들과 같은 사람들과 연수를 할 수 있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어요.

지난 십년동안 학교에서 누군가와 말을 놓은 사이로 지낸 적이 없어요. 작은 학교에 있어서 동년배 교사가 없었을 뿐더러, 선배이건 후배이건 존대하면서 예의를 차렸어요. 그것은 사실 내 마음 속에 스스로 관계의 선을 긋는 모습이었어요. 학교에서의 관계는 여기까지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하지만, 사실 더 가까이 지낼 수는 없어. 관계의 한계.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나 자신의 숙제입니다.

우리 안에서 어떤 이야기든 꺼내어 놓을 수 있다는 편안함은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든든함은, 자신이 평가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르침의 고민을 꺼내놓을 수 있게 해요. 크고 거창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완결되지 않았고 아직 답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이야기에 초청할 수 있게 해요. 교사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각자의 교실에 고립되어 있는 지금의 학교. 학교 안의 외로움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이루는 일의 시작은 친밀한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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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모이는,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도 많이 얻었어요. 올해 적용해봐야지.

저는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하는 편인데, 오늘 얻은 새롭게 해볼 수 있게 하는 팁을 가지고 반을 꾸릴 수 있겠다 싶어요.

새학기 준비를 하나도 안했는데 다 얻어가서 좋았어요. 이런 모임 자체가 아름답고 순수하잖아요.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교에서의 일과에는 해야하는 것 투성이입니다.

60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떤 연수를 들을지 선택합니다. 결정하는 우선적인 기준은 60시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지일 때가 많지요. 아니면 교육청에 차출되는 연수이거나 전교직원이 필수로 싸인해야하는 연수가 대부분입니다. 업무는 어떤가요. 교사의 업무는 공문으로 하달되어 그 범위와 기준이 정해집니다. 언제할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는 ‘내 문서함’에 있는 것들의 문장과 표현에 의해 그 범위가 결정되지요. 아니면 작년 계획서가 신성시됩니다. 이전까지 해왔던 방식을 참고하여 올해에도 그것에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업무를 진행하면 대체로 무난합니다. 교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수업은 어떤지. ‘무엇을' 가르치고 ‘왜' 가르칠지에 대한 질문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교과와 단원은 이미 국가교육과정과 교과서로 주어지요. 단지 ‘어떻게’ 가르칠지만을 생각하며 인디와 아이스크림에 로그인을 합니다. 안그래도 해야할 것이 넘치도록 밀려오는 우리들에게, 참석해야만 하는 또하나의 부담을 얹고 싶지 않아요.

정말 기꺼이 원해서 모이는 모임이 되었으면. 의미를 찾은 모임이 되기를 바래요.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철학적인 깨우침일 수 있겠지요. 수업을 바라보는 교육철학적인 배경을 깨닫고 형성해가는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여기는 소중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사로서 나의 생각이 자라고 깊어진다는 느낌을 우리가 공유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내일 수업에 적용해 볼 팁일 수 있을거예요.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매일 하는 수업에서의 막막함은 교사를 얼마나 위축되게 하는지. 수업준비를 위해 퇴근길에 교과서를 챙겨 본, 그걸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다시 출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어려움. 당장 내일의 수업을 할 수 있게 돕는 모임이 된다면 그것 또한 기꺼이 이 자리를 찾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의미는,

나의 경험이 다른 이의 성장을 위한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교사들은 점점 수동적이 되어가요. 누군가 만들어놓은 활동지를 내려받아 사용하기면 해도 괜찮은 수업을 할 수 있죠. 많은 연수들이 교사에게 무언가를 주고, 교사들은 그것을 받아 교실에 적용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교사들에게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무엇보다는, 효율적이고 책임있게 가르쳐 교육적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교사상을 요구하는 이 때에,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의미를 가지는 느낌은 어떤걸까요? 그럴듯하고 반듯한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의 순간 또한 서로에게 배움이 되는 걸 보고 싶습니다. 나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서로에게 의미를 갖는 모임이 되기를 기대해요.